디자인정글 인터뷰 SEP-2004

1. 추구하는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이 있다면?

저는 도시여자들을 그립니다. 일하는 여자, 생활하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
약함과 강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세련된 여자들.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인 생활을 원하는 여자들. 이 모습은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이지요.
그래서 애정이 식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그곳이 어느 나라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녀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현실감이 없는 느낌을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많은 공감대를 만드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동시대의 도시에 살고 있는 여자들의
생각이나 생활은 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아요.

2. 작품의 컨셉을 라이프 스타일로 많이 잡으신다고 했는데, 처음 이쪽으로 컨셉을 잡으시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다면?

처음 일러스트를 시작했을 때 일부러 라이프를 그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리기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관심이 있고 잘 아는 것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이프를 그리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시작할 시점만 해도 우리나라 일러스트 시장은 크게 동화일러스트나
패션 일러스트 정도로 구분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 단어로 소개하기가 쉽지 않고
생활을 그리고 있어요라고 말해도 그림을 보기 전엔 잘 모르세요.
대부분 패션일러스트라고 이해하고 계신 거 같지만 전
패션이 주제가 되는 그림은 별로 그리지 않았어요. 물론 패션에도 관심이 많지만 제가 진짜 관심 있는 부분은
그 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이에요. 사실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릴 때마다
얕게든 깊게든 그 캐릭터를 상상하면서 그립니다.
이런 작업 스타일은 아주 피곤하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기도 해요.
패션 브랜드들의 아트디렉터들이 옷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의 라이프를 상상하면서 생활자체를 디자인해 나가는 것을 많이 보셨을 거에요.
사실 이제 패션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요즘 꽤 인기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한 이유는?

인기는 모르겠고, 과장이나 왜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적당히 일상적이고 적당히 세련된 느낌 때문에
제 그림이 쓰일 수 있는 데가 많은 거라 생각합니다. 적당히라는 말이
참 부정적일 수도 긍적적 일수도 있지만...
물론 제 스타일을 고수해 나가고 제 감도를 클라이언트나 대중에게 설득하고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기분 좋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점 /적당히/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인데. '적당히'란 '정확히'라는 말이 될 수도 있더군요.

4. 좋아하는 작가 또는 존경하는 작가가 있다면?

싫어하는 작가가 별로 없다는 말이 더 빠를듯하네요. 저는 디자이너고 일러스트레이터지만
회화작가를 많이 좋아합니다. 특히 지금은 에곤실레, 뭉크,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납니다.
에곤실레 드로잉을 서점에서 처음 보고 창피하지만 조금 울었습니다.
꿈틀거리는 감정도 감정이지만 그 모던함에 정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뭉크는 실제로 노르웨이 뭉크 뮤지움에서 보고 반했습니다.
그 터치는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전 사진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모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은
패션 사진 전시를 봤는데 새로웠어요.
같은 일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도 가끔 보기도 하지만 거의 잘 찾아 보지 않아서
누구 누구 아냐고 할 때 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거의 잘 몰라서요.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를 좋아합니다.
아트와 대중과 비즈니스를 너무나 멋지게 조율하는 사람 같습니다.
진짜 모더니스트라 생각합니다.

5. 본인의 작업 프로세스를 알고 싶습니다.

자료를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작업합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보고 생각합니다.
보통들 제 그림을 보고 컴퓨터에서 바로 시작해서 마무리한다고 생각하시지만,
드로잉은 반드시 스케치북에 하고 컴퓨터에서는 컬러링과 편집을 합니다.
휴대가 아주~간편한 스캐너가 나왔으면 합니다. (웃음)

6. 본인은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 주로 어떻게 하시는지요?

평소에 많은 문화적인 것을 접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가난해도 경험해봐야 하는 것은 고급문화라는 걸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이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파악할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지요. 가장 좋은 것은 여행인 거 같습니다.
시간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그냥 사는 데서 경험하는 것이랑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노력은 생각보다 더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7. 일러스트를 정말 잘할 수 있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노하우 또는 비법이 있다면?

노하우나 비법 같은 걸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도 별로 없네요. 오랜 습관인 것 같습니다.
사물들이나 다른 생각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상상하고, 많이 그렸던 것이
밑거름이 되어 자연스럽게 이런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그림(낙서)이었고 친구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8.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직장인 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직장인들이 화내실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좋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많이 이해합니다.
단, 자기 관리와 시간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조절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닙니다.
가장 좋을 때는 평일 낮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아니면 한달 동안 여행할 수 있다는 걸까요?(웃음)

9. 반대로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좋다가 한번씩 안 좋은 경험은 정말 크게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단연 사람에 대한 상처겠지요.
신뢰할 수 없거나 말을 함부로 하거나 비열한 사람과 일이 얽힐 때이지요.
이럴 때 끝까지 매너를 지켜야 하는 훈련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10.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그리고 그 이유는?

딱히 짚을 수는 없고, 같이 일한 사람 중에 좋은 인상으로 남거나 그래서 친구가 되거나
그리고 그 결과도 서로 만족할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습니다.

11. 본의의 하루 스케줄은? 몇 시 기상 몇 시 취침 등..

보통 12시 전에 자는 편입니다. 일찍 일어나서 게으름을 부리는 아침시간이 좋습니다.
대부분 밤늦게 작업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밤에 잠을 못 자면 며칠이고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12.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장, 단점이라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말이 낯서네요.
제 일이나 저와 일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여성들이고 일도 아주 잘 합니다.
같이 일하게 되는 (여성)클라이언트분들을 보면 제가 여자로서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일러스트분야는 제가 여자라 그런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적합한
분야인 거 같습니다. 너무 욕심만 안 부리면 일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배우게 되고,
자기 생활도 나름대로 가꿀 수 있기 때문이에요.

13. 지금 하는 일이 금전적인 면 또는 경제적인 면으로 볼 때 어떠한가?

살아가는데 금전적인 문제가 1순위라면 이 일을 시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잠깐 장사를 해 본적도 있는데 ,이 경험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돈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좀 바뀐 거 같아요.
사실 그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모든 일을 중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어요.
금전적으로 어려웠고 그러면서도 돈에서 자유로워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지금은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나가고 있는 거 같아요.
돈에 급급해 하는 사람일수록 돈이 없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고 좀 놀랄 때가 있습니다.
보기 안좋더군요.

14. 앞으로의 계획 또는 해외 진출 계획은?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곧 논문을 써야 할 시기가 옵니다. 일단 이걸 잘 해야겠지요.
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또 새로운 걸 깨닫게 되는 일이란 소중한 거 같습니다.
해외진출은 모르겠고 좀 더 여유롭게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은 바램은 있습니다.

15. 앞으로 어떤 일러스트를 추구하시고 싶으신지요?

제 그림의 소재나 주제, 표현들이 나이게 걸맞게 자연스레 변했으면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의 변화처럼요.
성숙해지면서 신선함을 잃지 않는 그런 작품이 가능할지...노력해야지요.

16. 현재 이쪽분야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처음 시작할 때 느낌이 팍 오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배우는 것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거기서 자기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예술분야는 당연하고 모든 분야에서 Mix & Match 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지 아니면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지.
이런 생각을 적절히 하고 사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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