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의 최최의 포트폴리오
김수임  2011-07-08 16:45:03, VIEW : 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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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배우 고아성양이 중경 출신이군요. 고아성양이 입은 중경 교복

사진2 : 인터뷰하러 오신 중경 편집부 담당 선생님과 학생들




나의 출신고인 중경고등학교의 여학생 동복과 남학생의 하복 디자인은

내가 고2시절 당시, 미술선생님이 우리집에 건 전화 한통으로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 교복자율화에서 다시 교복을 입게된 시점이 내가 고2시절이었다.

미술 선생님은 나에게 교복 디자인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했고 패션에서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주 신이나서

몇장을 그려갔다.



지금도 생각나는데 그 그림은 꽤나 디테일했다.

현재 교복의 바이어스 체크무늬를 확대해서 그린 부분이라던가

뒷 모습, 스커트의 주름까지 일일히 설명하고 묘사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남자 하복의 경우 연핑크의 셔츠가 그냥 민자가 아닌 아주 가는 격자무늬라는 설명도 했었던것 같다.



그 스케치가 남아있다면 참 재밌을 텐데, 당시엔 저장 매체라는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색연필로 그린 그 그림은 교복제작 업체에 바로 전달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색연필로 그려진  도안이 다른 기성교복들과 함께 실물로 제작 되어

우리 학교 학생 모델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투표를 받았다.

그리고 나의 디자인이 채택이 되었다.



그리고 이 교복은 20년이 넘게 학교 주변에서는 꽤 이쁘다고 소문난 교복이 되었다.

이렇게 교복을 디자인한 나에게 학교의 어떤 해택이 있었냐..하면.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고

나와 내 고등학교 동창 몇명만이 아는 재미난 추억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때 분위기가 이런식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러던 차에 작년 언젠가, 무심코 보게된 한 블로그 포스트에서 중경의 교복이

고 앙드레 김이 디자인 했다는 글을 보게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후배들 사이에서도 다 그렇게 알려져 있었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고 앙드레 김이 디자인 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디자이너에겐 작자미상보다 더 기분이 상하는 일이 내 디자인에 다른 사람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상 나서기 싫었지만 중경고등학교에 메일을 보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 참 후, 중경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고 인터뷰를 하러왔다.

편집부 담당 선생님과 편집부 여학생 두명이 왔다.

한 여학생은 그 더위에 일부러 동복을 입고 와주었다.

평소엔 아주 활발하다던 두 여학생은 나랑 눈도 잘 못마주칠 정도로 수줍어 했다.

여학생들 수줍어 하는 모습이 이렇게 이쁜거구나~ 새삼 느꼈다.

그 맑고 초롱초롱한 표정이 생각난다.



나로선 참 재밌는 일이 아닐수없다.

당시엔 예체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에서 유령 취급을 하거나

자율학습시간에 교무실을 청소하라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는데

20년이 지난 이제는 자랑스런 선배로 인터뷰를 하게되다니 말이다.



이렇게 디자이너로서의 내 이름을 찾는 것이

20년이나 걸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인것 같다.



20년전의 일이,

내 최초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이렇게 나이들어 신선한 느낌이 주니 말이다.



시간이란 재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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