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위로
김수임  2017-08-03 07:34:18, VIEW : 1,135
이번 일을 겪으며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된 것은
친구들의 '경청' 이었다.
그리고 경청의 자세가 얼마나 갖추기 힘든 것인지도 새삼 느꼈다.

경청[傾聽 ]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출처 산업안전대사전, 최상복, 2004. 5. 10., 도서출판 골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자기의 시간과 자기의 지성과 자기의 애정을
온전히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이 경청이다.
이에 앞서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듣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경청'은 굉장히 까다로운 합을 필요로 한다.
경청의 자세는 내가 우선 돋보여야하고 나의 감정과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대인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 자세이며, 자주 손해보는 자세이다.
주로 경청을 받아보기만 한 사람은 이러한 경청의 자세가 얼마나 상대가 많은 것을 나에게 준것인지 알지 못한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사람이고 힘들때면 또 그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은 어떤 '대상'이다.
그렇게해서는 지속적인 좋은 '관계' 로 나아가기는 힘들다.

경청의 자세를 서로 갖춘 사이라면 오래도록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아주 많은 것을 나눌수 있는 든든한 관계가 된다.
평상시에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의 균형을 잘 이루고
어떤 한쪽의 특별한 상황에서는 우선 일방적으로 다 들어준다.
특별한 상황에서 평상시 같은 균형을 맞추려고 상대가 말하고 있는 도중에
자기 이야기를 치고 들어온다던지 해서 그의 감정의 흐름을 막거나
이야기를 딴 방향으로 가게 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어야 한다.
일단 이쪽의 입장은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각자의 삶 속에서 전쟁 중인 우리들이다.
편안해 보여도 정말로 아무일 없이 편하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누구든 붙잡고 나 지금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이런 가운데 자기 입장을 내려놓고 상대의 고통에 귀기울인다는 것은 굉장한 애정인것이다.

이런것이 가능한 것은,
이쪽 입장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특별한 상황의 저쪽의 친구가 알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지하고 있어야 이 또한 큰 무리 없이 가능한 것이다.
이쪽의 특별한 상황에서도 저쪽의 친구가 똑같이 해줄 것이란 신뢰가 기본인 것이다.

이번일을 겪으며 친구들이 나에게 보여준 경청의 자세는 위의 경청의 사전적 정의의 그것이었다.
내가 편안히 얘기할 수 있도록 나의 집으로 찾아와주고,
같이 울어주고, 반응해 주고, 나의 자책이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가드해 주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감정이 해소가 되고 정리가 되었다.
똑똑한 그녀들의 피드백으로 나의 생각도 재정비가 되었다.
아주 사적인 나의 모습과 공적인 나의 모습을 다 알고 있고 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친구들이기에 아주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 할 수 있었다.
그런것을 경계심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이렇게 가까운 친구 말고도 작은 위로들로 미소짖게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려운 위로의 말보다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며 나를 배려해 주었고,
위로하고픈 마음은 한아름이지만 어떤 심경인지 전혀 공감하기 힘들다라고
하는 솔직한 말들이 때론 더 위로가 되기도 했다.
메신저로 음료를 보내거나 작은 선물들을 책상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가는 표현들은
'내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요' 라거나 '당신을 돕고싶어요'. 라는 표현이었다.
이런 작은 표현들은 자꾸만 슬픔에 빠져드는 나를
현실과 일상으로 조금씩 건져올렸다.

나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 것이 아니기에
애정 표현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컴플렉스에 대한 치유 또한 친구들과 이렇게 작은 표현들로 애정을 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다.
사람을 보면 웃고 애정의 제스쳐를 하고 쓰담고 허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표현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특히 내가 일상과 분리 될 정도의 힘든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엔
이런 애정의 표현과 관심들이 최후의 생명선 같은 것이 된다.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세상 속의 나를 인지하는 것이다.

다시는 내가 애정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소홀히 하거나 다음으로 미루는
일은 하지 않아야할것이다.

그것은 서로를 너무 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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