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느끼는 것
김수임  2017-07-26 11:34:41, VIEW : 623
사람을 몇 종류로 나누고 하는 일은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도 몇가지 이런 분류를 하고 있는 것이 있긴 하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다시말해 미안함 때문에 힘들어하고 반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자기 흔적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끼는 사람과 그런 것이 없는 사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도의 차이로 나눌 수 있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 불편한 감정을 못 이겨
슥 모른척 하거나 오히려 더 뻔뻔스럽게 구는 등,
자기의 불편한 기분이나 눈 앞의 불이익때문에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불필요한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아주 많다.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생을 살아오고 어른이 된 사람들의 얼굴이 있다.
수치심이 이곳 저곳 이끼가 되어 얼굴에, 눈빛에, 표정에 끼어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맑은', '청량한' 인상을 영영 가질 수 없게 된다.

아예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내로남불' 이 지금 이 나라의 대표적 정서가 되었다.
사회적 리더들의 이런 불공정한 정서는 그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준다.
오랜 세월의 좋지 않은 사회적 리더들의 세상에서 그러한 정서가 대중에게 흘러
그것이 우리 일상을 얼마나 조금씩 후져지게 만드는지 나는 직접적으로 겪고 보았다.

환멸적인 인간들을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것에 너무 피로를 느끼는 상황이다.
아빠와의 마지막 대화에서도 잠깐 이런 이슈에 대해 얘기 했던것 같다.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장례식 후, 후폭풍이 이토록 큰 이유는,
아빠가 죄책감에 많이 괴로워 했다는 것을 점점 더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 비밀스런 죄책감을 풀어줄 열쇠를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는 것이 나를 여전히 괴롭힌다.

나 또한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지만
상당 부분 가족이 심어준 존재 자체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 깨닫게 된 이후로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트레이닝 한 부분이 있다.
과도한 죄책감은 자기연민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한다.
고뇌하고 번뇌할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한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다만 나와 그들이,
죄책감을 넘어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인간적이면서도 자기 행복을 추구할 줄 아는 건강한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Reply View List
no subject name date view
78  2019년 돌아보며 생각나는 일들   김수임 2019/12/30 360
77  Goodbye My Angel   김수임 2019/05/23 427
76  8년주기로 노르웨이 세번째_로포텐   김수임 2018/09/30 515
75  1주기_속초   김수임 2018/07/07 503
74  12월25일 저녁   김수임 2017/12/25 604
73  내가 뽑은 올해의영화,올해의 책 2017   김수임 2017/12/25 566
72  숲속으로   김수임 2017/08/27 585
71  summer moved on   김수임 2017/08/23 608
70  경청, 위로   김수임 2017/08/03 1025
 죄책감을 느끼는 것   김수임 2017/07/26 623
68     김수임 2017/07/26 579
67  표현되지 못한 사랑   김수임 2017/07/21 590
66  너희집, 우리집   김수임 2017/07/18 557
65  1943.07.16~2017.07.02   김수임 2017/07/06 631
64  내가 뽑은 올해의영화,올해의 책   김수임 2016/12/27 1226
63   to like, to love   김수임 2016/11/28 1265
62  알랭드보통,필립로스   김수임 2016/03/02 1672
61  에로스의종말+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김수임 2016/01/20 1751
60  암스테르담 여행   김수임 2014/10/13 2126
59  감동적인 면   김수임 2014/07/06 1695
View List Login Next List
  1  2  3  4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sir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