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07.16~2017.07.02
김수임  2017-07-06 15:30:21, VIEW :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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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내가 부족했던 것만 생각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 이마에 키스했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두 번.

먼저 손으로 눈을 감고 있는 아빠 얼굴을 만졌을때 처음 느껴보는 촉감에 깜짝 놀랬다.
너무나 차가운데 너무나 보드라웠다.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촉감일것이다.

아빠는 내가 국민학교 5학년쯤 가족곁을 떠났다.
그 즈음부터 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전형적인 애교쟁이 막내딸에서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이 되었다.
애교를 받아줄 대상이 사라졌으니까.

아빠와 엄마는 너무나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재앙같은 관계였다.
아빠에게도 우리에게도.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어린나이임에도 나는 그 사랑이 진실된 사랑이라고 느꼈다.
그 관계에 대해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알고있는 아빠 캐릭터로 나름대로 느낀것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관계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 것에 대한 원망같은것은 하지 않았다.

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환경은 또래친구들이 겪지 않을 일들을 겪게했다.

서로가 힘든 상황이었고 서툰 표현들은 오해를 만들었고
멀어지게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 아빠를 만난것이 열 손가락을 채울까..?
아마 그 보다 적을 것이다.

아빠는 나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고
나는 아빠라는 인간 자체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꼈지만
결핍된 부녀 관계때문에 편안히 대하지 못했다.

아빠는 가끔 편지나 문자를 보냈고
나는 이따금 아빠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소포로 보낸것이
서로의 서툰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것들에 대해 편안히 얘기할 수 있을 나이가 되자 아빠는 갑작스럽게 떠났다.

늘 본인이 원하던 죽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가여운 사람.
그래도 장례식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아빠를 많이 좋아한다고 느낀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그리고 가장 큰 위안은
서로 많이 사랑했고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람과 끝까지 살았고
그 곁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이다.

무거운 미안함을 떠안고 살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빠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안녕.

편안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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